[에세이] Deep Cave (깊은동굴)


이집트의 파라오처럼 어둡고 깊었던 동굴.


처음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다.

입구부터 회오리치는 모양의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꺼림칙했다.

당연한 듯 떼거지로 몰려 들어갔기 때문에

나의 의지와 찝찝한 기분따위는 부셔버리고

단지 휩쓸려 어느새 동굴의 제일 안쪽까지 들어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뒷편의 입구 쪽으로부터

무언가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본능적으로 앞쪽에 열려있던 철문을 향해 뛰었지만

미처 철문을 닫진 못했다.


흡사 좀비떼처럼 보이는

피와 진흙 등 알수없는 액체로 온몸에 칠갑을 한

난민무리가 우르르 쏟아져 들어왔고,

캄캄하고 끔직한 악취가 풍기는

삶의 희망이라곤 손톱의 때만큼도 가질 수 없는

열악한 그곳에서 우린 그렇게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것 같았다.



그것은 예지몽이었을까,

아니면 우리의 미래였을까.

그때 그 깊은 동굴로 사람들을 팔아넘긴 인간이

저기 교탁 앞에서 우릴 가르치고 있다.

모든게 정지된 듯 했고

오직 나만이 저 인간의 진짜 모습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현재 시간 11시.

11시 40분이 되면 점심식사를 빌미로

우릴 그 동굴 앞으로 데려다 놓을 것이 분명했다.

정체를 알리기 위해 내 기억과 그들의 만행에 대해

편지를 적기로 했다.

'받는이. 미상'

한참 글을 써내려 갈 때

가식적인 얼굴의 선생이 내 곁으로 다가와

책상 위를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교재의 문제를 풀어보라기에

얼른 편지를 가리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양새를 보였더니

작위적인 미소를 띄며 날 칭찬해주었다.


11시 20분. 이제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마침 선생이 무언가를 가지러 잠시 밖으로 나간 틈을 타

책과 필기구는 그대로 두고 편지와 가방을 챙겨 뛰쳐 나왔다.


혹시나 마주칠까 계단을 두개씩, 세개씩 뛰어넘으며

마지막 복도까지 화살의 촉처럼 내달렸다.

「드르륵」

복도 끝에 굳게 닫혀있던 문이 마찰음을 내며 열렸고

그 앞에 선생이 서있었다.

황급히 뒤를 돌아 반대방향으로 역주행했다.

'날 봤을까 못 봤을까.' 걱정도 잠시,

하얀 모래밭 가운데 세워져있는 남색 울타리 앞에

어느새 하얀색 자동차를 몰고 온 선생이 날 마주하고 있었다.

하얀색 자동차는 1인용이었고

선생은 트렁크를 열어 안에 걸려있는 검정색 등산용 줄에

내 두 다리를 묶었다.

하지만 차가 출발한 뒤 나는 그 줄을 풀어내고

선생으로부터 다시 도주하기 시작했다.


그 후로 이곳저곳 누비며 도망과 추적을 반복했다.

그 끝엔 깊고 어둡고 냄새나는 동굴이 있을지 미상이지만

아직 나의 희망은 끝나지 않았다.






by DALI's Dream Essay (August 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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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i's Cube

달리 좋은데 말할 필요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