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Murky Man (검은남자)

 

언제나처럼 환하고 따뜻한 대낮,

나의 작은 강아지와 함께 집에서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잘 울리지 않아 그저 벽걸이 장식으로 느껴졌던

현관문 인터폰이 요란스레 울리기 시작했다.

 

의뭉스런 마음으로 밝게 불빛이 들어온 인터폰 화면을 쳐다보니

현관문 앞에 오토바이 헬멧을 낀 채 얼굴이 보이지 않는

수상한 사람들이 네, 다섯명 정도 서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 뿌리내린 듯 얼어붙어서

단지 인터폰 속 헬멧들과 대면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때 현관 쪽에서 기계음이 잠시 들리더니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발 밑으로 뿌리는 더욱 거세지고

숨 쉬어야 할 타이밍도 잊은채 가만히 서있자

나의 작은 강아지가 우렁차게 짖으면서 현관 쪽으로 달려나갔다.

그 소리 때문인지 열렸던 현관문은 다시 본래대로 닫혔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손가락의 얼음을 부수고 인터폰 화면을 다시 켜보니

오토바이 헬멧 무리는 몸을 옆으로 돌려

옆집의 현관문을 상대하고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현관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어두운 그림자는 슬그머니 다시 내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었다.

 

신선이 구름 위를 내달리 듯 단숨에 현관으로 뛰쳐나가

쇠로 된 걸쇠 두 개를 모두 걸어잠궜다.

역시나 현관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기분 나쁜 소음이 들릴 무렵

걸쇠가 잠겨 조금밖에 열리지 않는 문을 열며

아차 싶은 결단력으로 큰 소리를 쳤다.

 

"지금 뭐 하시는 거에요!?"

 

작게 열린 문틈으로 보인 건 헬멧이 아니라 검은 남자였다.

아무 감정 없는 표정으로 내 눈이 찢어질 듯 응시하며

열린 문을 잡고 포악하게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분명 두 개의 걸쇠가 채워져 있었지만

그가 내쏟는 괴력에 걸쇠 한 개는 부셔져 버렸고

금방이라도 문이 벽에서 뽑힐 것 같았다.

새하얗게 질린 내 두 손은

문고리를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역부족이었다.

 

"경찰에 신고할 거에요!"

 

남은 한 개의 걸쇠에 모든 희망을 매달고

신고를 하기 위해 핸드폰을 가지러 갔다온 사이

현관문 건너편에서 무표정으로 문을 잡아당기던 검은 남자는

그새 사라지고 없었다.

 

 

 

 

 

by DALi's Dream Essay (September 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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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 좋은데 말할 필요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