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Fly In The Dark (어둠 속 비행)

옆친구의 프리젠테이션을 도와주기로 마음을 먹고
초안을 짜올 것을 권했다.
엉성하지만 꽤 짜임새 있게 구성해온 제작물.
여러가지 보완점을 일러주고선
프리젠테이션을 위한 재료를 구하러 나섰다.

제일 먼저 들른 마켓을 둘러보며 원하는 재료에 대해 물었는데
조각난 도토리묵이 필요하다고 했다.
머리에 분홍색 손수건을 두르고 진열대 앞에 서있던 여사님한테
도토리묵이 있는지 여쭈었다.
단숨에 얼굴톤이 밝아지며 거의 다 판매되고
마침 한 주먹 분이 남았다고 했다.
꽤 모자르다는 투를 비치자
옆 진열대의 것까지 싹쓸어 두 주먹 분을 포장해주었다.

다음으로 해산물 시장에 들러 아까 일러준 두번째 재료를 물색하는데
어디에서도 그것을 취급하는 상점은 없었다.
아쉬운데로 골목을 빙 둘러 어느 구석진 곳의 어두운 건물로 들어갔다.

인상좋은 아저씨는 날 반겼지만
그의 건물은 밖에서 볼 때보다 훨씬 더 캄캄했다.
네 벽의 창문은 모두 닫혀있었고
사방에 기이한 철조물이 벽과 천장을 이루고 있었다.
건물 중앙에서 아저씨와 대화를 시작하려 할때
파팟 파파박
날카롭게 청각을 자극하는 전기소리가 들리더니
출입문 쪽 벽에 붙어있는 철조물이 하얗고 푸른빛을 발했다.
자세히 보니 철조물 사이에  날개달린 까만 곤충들이 고정되어 있었고
푸른빛이 그것들의 몸전체를 휘감으며 전기장을 내보내는 것처럼 보였다.

너무나도 기괴한 현상에 얼굴을 돌려 다시 아저씨를 쳐다보자
인상좋은 아저씨는 반달눈으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 안으로 벌레 한마리도 못 들어오도록 잡는 기계에요."
쑥쓰러운듯 태연하게 새로운 벌레가 포획된 철조물을 정비하며
문단속을 꼼꼼히 했다.
 
그의 친근한 설명이 전혀 설명이 되지 않았음을 깨닫고 미간을 약간 좁히자
자세를 편하게 바로잡고 차근히 입을 뗐다.

"전에는 이 곳이 이런 모습이 아니었어요.
건물을 꾸미고 새로운 사업을 열기 전 아내와 한껏 들떠있었죠.
설렘으로 밤잠 못 이루던 하루하루
언젠가부터 건물 외벽에 날벌레가 한두마리 보이기 시작하더니
스스로 날고 기어서 안쪽까지 들어오더랍니다.
보이는 것처럼 건물 온천지에 벌레에게 점령당할 때까지
그들을 없애고 뿌리를 뽑기위해 숱한 방법들을 시도해봤지만 결과는...
길다면 긴 사투 중에 아내와 전 이곳저곳 많이 물렸어요.
그리고 얼마 더 지나지않아 아내에게 이상징후가 나타났습니다.
가까운 과거부터 먼 기억까지 본인의 모습을 지우고 있었습니다.
제대로 말하면 그들의 공격으로 기억을 잊는 병에 걸린거죠.
머릿속의 기억을 하나하나 지우다 육체까지 지워버리고서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기억의 늪에 빠져버렸습니다.
이 건물이 캄캄해지기 시작한게 그때부터에요."

나의 미간은 이제 좁혀지다 못해 울퉁불퉁해졌고 숨을 내뱉을 타이밍도 잊어버렸다.
그는 이야기를 끝내고 입술을 가늘게 떨며 눈꺼풀을 깊게 감았다 떴다.
흐려진 동공으로 가까운 창문 쪽으로 시선을 옮기더니
조잡하게 연결된 철조물을 가리켰다.

"그런데 이 건물은 왜 이렇게 어둡죠?
제 아내와 이 곳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 하는데 건물주 되시나요?"




by DALi's Dream Essay (October 2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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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i's Cube

달리 좋은데 말할 필요 있나